Posted on 2015. 08. 04.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성북2) 인터뷰
“불안한 사회 바꿀 수 있는 건 국민밖에 없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김문수 위원장 외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위원이 다수로 9명, 새누리당 소속 위원 3명, 무소속 1명이다.
김 의원에게서는 전위(前衛)의 느낌이 난다. 옳은 것이 실행되지 못하고 지체되는 것을 참기 어려워했다. 일단 기치를 세우고 나아간다. 서울시 중고교 585곳에 친일인명사전 비치를 의무화하기도 하고,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한 고등학교 무상교육 이행 촉구 건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발표하기도 했다. 사학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김 의원은 “싸가지 있는 진보”가 되기를 원했다. “따듯하고 합리적인 진보, 남을 설득할 수 있는 진보, 나 혼자 외치는 게 아니라 일을 관철하고자 했을 때 동의해 줄 수 있는 힘을 얻는 그런 진보가 돼야 한다.”
교육에 방해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공공재로서 학교시설을 시민들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반대가 있다면 충분히 토론하고 논쟁할 필요가 있음도 인정한다.
“의회 운영할 때 모든 위원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그들의 의견을 모두 부각시킨다. 그렇게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서로 맞지 않는 주장들에서 포기할 것과 끝까지 가져갈 것을 다시 주장하게 한다. 그렇게 몇 번의 과정을 거치면 의견이 추려진다. 서로가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을 인식시킬 수 있다. 사안이 정해졌으면 다음엔 추진하기만 하면 된다. 모두가 인정한 거라 뒷말이 생기지 않고 추진력이 생긴다. 물론 시간이 걸리고 시끄럽다. 작은 지방의회이지만 민주주의란 이렇게 발전하는 것이라는 걸 배워나가는 것 같다.”
▣ 2016년 누리과정 국가보조금 예산 편성 요구할 것
▶ 다시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작년 8월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에 전가시킨 정부시책에 반대하여 김 위원장의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비롯해 위원들이 앞장선 바 있다. 이후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나?
“누리과정 지원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별도의 예산을 책정했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 시행령을 수정하면서 교육청 예산으로 떠넘겼다. 교육청 원래의 예산에서 5천억 정도가 빠져나가게 만들었다.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고, 법에도 어긋난다.
어린이집은 교육청 관할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구청복지과에서 해야 하는 업무다. 상위법인 「유아교육법」에서 지방교육청의 지도감독 하에 있는 건 유치원인데 시행령이 지적한 대상인 영유아어린이집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위법이다. 현재 추가예산을 줘서 집행하고는 있지만 일부는 부채다.
이 문제를 쟁점으로 삼게 한 촉발점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걸 성과로 생각한다. 그러나 2016년도 누리과정 국가보조금 예산을 교육부가 단 한 푼도 신청하지 않았다. 누리과정 국고지원편성을 위해 다시 나서야 할 상황이다.”
▶ 지난 3월에는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한 “고등학교 무상교육” 이행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특별시 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그 첫걸음이기도 한 고등학교 입학금이 내년부터 면제된다(특목고 및 자사고 제외). 학교재정 문제는 없는 것인가?
“물론 국가재정이 들어가지만, 서울시 전체로 보면 9억 정도이다.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그보다는 수업료 면제가 더 중요한데, 그래야 무상교육이 되는 거니까. 원래 올해 고교무상교육 실시를 위한 운동에 집중해 볼까 준비하고 있었다. 정부여당이 움직이고 있다고 하니 지켜보면서 말뿐인 공표라든지 불완전할 경우 나서려 한다.”
지난 6월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고교무상교육 실시와 관련한 약 2,461억 원을 내년 예산에 편성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지난해 교육부의 같은 요구를 거절한 바 있는 기재부가 어떤 결정을 할지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교육부는 고교무상교육을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으로 내년에는 읍면, 도서벽지 지역이 대상이다. 항목은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비, 교과서비이고 역시 특목고, 자사고 등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 사학법 개정을 비롯해 사학의 투명성 강화를 요구했다. 어떤 내용인가?
“국가에서 학교에 재정을 지원한다. 공교육 개념인 것이다. 그러면 사학도 따라줘야 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교육청이 감사를 해서 학교의 비리나 문제를 적발하고 그 내용을 학교이사회에 넘겨준다. 교육청이 처분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학법에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권고사항을 학교에서 권고대로 처분하는 비율이 27%정도 밖에 안 된다. 거의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학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조례를 만들려고 했다. 사학법인과 계속 대화를 했다.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는 대신 자정선언이라도 하라고 했다. 선언문에 교육청 권고처분 이행률을 80%까지 하겠다는 문구를 넣으라고 요구했지만, ‘잘 따르겠다’는 식이었다.”
지난 4월 서울시립 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2015년 정기총회를 개최하면서 감독기관의 감사처분에 대해 성실히 이해할 것을 다짐하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이를 환영했다.
“사학이 절대로 받으려 하지 않겠지만, 나는 차라리 재정을 100% 지원해서 공립으로 전환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다. 교사채용시 철저히 공채로 하고, 처분권 등을 교육청이 갖는 것이다. 지금처럼 학교의 비리, 횡령 등이 있어도 손도 대지 못하는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지원은 지원대로 받으면서 교육청의 감독을 따르지 않으려는 앞뒤 맞지 않는 모습이 사학에게 있다. 상식에 맞게 사회시스템도, 교육도 바꿔야 한다.”
김 의원은 더불어 지방자치제도 발전의 지체를 지적했다.
“지자체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여전히 8대 2 상태이다. 단체장이 재정의 80%를 나라에서 받아쓰는데 무슨 자율성이 있겠나? 이게 우리나라 지자체의 수준이다.” 돈줄은 때론 많은 걸 설명해준다.
▣ 미래의 주인은 지금의 청소년. 주인의식을 갖고 시스템 바꿔나가야
김 의원은 내년과 앞으로 임기 동안에 혁신학교와 직업체험교육, 그리고 문화예술 교육을 좀 더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역사교육과 민주시민 교육도 중요해서 중점을 두고 싶고, 자유학기제 확대로 바라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크게 확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의원은 무한경쟁만 있고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몇 년째 OECD 최하위 수준이고, 이민을 준비하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교육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김 의원은 “그렇게 바꿀 수 있는 사람도 ‘너희들’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 했다. 미래의 주인인데 주인이 아닌 종과 같은 수동적인 마음을 가지지 말길 당부했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건 많지만 어른들과 같은 시스템 말고 내가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진정성 가진 말을 하는 사람, 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소부터 주장해왔던 말과 정책을 보고 투표권을 행사해 줄 것을 강조했다. 결국 지금의 불안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건 국민들밖에 없다고 했다.
박향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