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7. 09. 27.
박원순 시장의 파인트리 해법
이 성 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백두산(북악), 지리산(남악), 금강산(동악), 묘향산(서악)과 함께 우리나라 오악(五嶽)으로 꼽히는 명산인 북한산(중악)은 서울시민들이 자주 찾는 등산코스요, 엄홍길 대장 같은 세계적인 산악인을 키워낸 명산이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산악관광자원이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강북구는 북한산의 지리?생태환경을 보전하면서 문화?관광을 연계하여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최근 우이신설 경전철이 개통되어 북한산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은 지역발전과 상권활성화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과 기대에 걸림돌이 있다. 2012년부터 공사가 중단되어 방치되고 있는 북한산 초입의 ‘파인트리’다. 2011년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공정률 46.5% 상태에서 무기한 중단된 파인트리는 서울시 감사에서 결국 특혜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업이 중단되면서 시행사는 부도가 나고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피해자가 속출했고, 지금도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아 지역주민 또한 피해자가 되고 있다.
필자는 공익성 강화를 통해 시민들이 마땅히 돌려받아야 할 공공재인 북한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살리고 지역 발전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해법으로 ‘파인트리’를 서울시에서 매입하거나 강북구청의 신청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여러 차례 방송 출연 및 기고문을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지속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만 박 시장은 귀를 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감이 든다.
지난 9월18일 박원순 시장이 파인트리 현장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지역주민들은 해결의 실마리를 기대하며 박 시장을 맞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브리핑을 받고 일부 주민의 의견을 들은 박 시장은 “예, 잘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라고만 할 뿐이었다.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은 “시장에게 산타클로스의 선물보따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파인트리로 고통`받아 온 우리한테 그럴 듯한 대안이라도 제시할 줄 알았다”며 분개했다.
게다가 박 시장이 찾은 현장에서는 미리 동원된 민주당 관계자들로 인해 단합대회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현장 점검과 주민 의견 청취를 빙자한 사전 선거운동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최근 개통된 우이신설 경전철을 이용하여 북한산우이역에서 내리는 시민들이 하나같이 흉물스럽다고 말하는 파인트리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중국의 고전에 부자가 되는 비결이 실려 있는데, 가진 것이 없을 때는 몸으로 노력하고(無財作力), 조금 모았으면 지혜를 쓰고(小有鬪智), 이미 부자가 됐다면 시기를 이용하라(旣饒爭時)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주민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더 늦지 않게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파인트리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면 파인트리와 우이신설 경전철 솔밭공원역에 들어설 제2시민청을 연계하여 시너지효과가 나도록 활용하는 지혜로운 해법이 떠오를 것이다. 모쪼록 이미 부자가 된 박 시장은 기요쟁시(旣饒爭時)를 발휘하여 파인트리 문제에 조속한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