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1. 01. 13.


전 방위적 전천후 아동학대 근절대책 서둘러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천인공노할 양부모의 극악무도한 학대와 우리사회의 안이한 대처와 방관으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하늘의 별이 된 ‘정인이의 죽음’으로 온 국민의 공분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일명 ‘정인이 방지법’인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개정안이 반대표 없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즉시 수사 또는 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현장출동 공무원이 출입할 수 있는 범위를 학대신고 현장뿐만 아니라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소’로까지 넓혔으며, 피해 아동·신고자와 학대가해자 ‘분리조치’도 강화했다. 피해아동응급조치기간 상한인 72시간에 토요일과 공휴일이 포함되면 ‘48시간 범위에서 연장’ 했고, 아동학대 범죄 관련 업무를 방해할 경우의 벌금형 상한도 15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렸으며, 「민법」 개정안도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법적으로 ‘자녀의 체벌을 금지’했다.


국회가 재빨리 움직인 건 다행이지만, 아동학대 관련 수많은 법안을 미루다 여론에 떠밀려 땜질 대응했다는 졸속심사와 부실입법의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법안을 만드는 것보다 법안이 잘 지켜지는 환경조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아동학대 방지와 처벌규정이 없어 ‘정인이 사건’을 막지 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는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내용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고, 이후에도 입법발의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 아동학대 사고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 2020년 8월 31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4만1,389건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하였으며, 아동학대로 판단된 건수도 3만45건이나 되었고, 통계에 잡힌 학대사망 어린이만도 42명에 이르며, 재학대발생 건수도 3,431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가족이 집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정인이가 이 땅의 꽃이 되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아기가 학대부모로부터 분리돼 보호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인이가 숨질 때까지 어린이집 교사, 주변 이웃, 의사 등으로부터 이미 세 차례나 아동학대로 신고 돼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에서 학대의 증거를 찾지 못해 번번이 내사종결하거나 증거가 없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학대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세 차례나 신고가 계속되었다면 이미 학대정황이 충분함에도 정인이가 학대부모에게 보호대책 없이 되돌려 보내졌다는 것은 학대를 방관했거나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전문성 결여가 빚어낸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Francisco Ferrer)’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그의 평전 제목으로 아동학대에 ‘경종’을 울렸다. “권위로 아이들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페레’의 철학이 담긴 말로 “가장 대표적인 권위의 행태는 ‘폭력’이며, 아이에게 사용하는 ‘폭력’이 제아무리 선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나쁜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인식, 부모의 친권행사에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는 정서 또한 비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아동학대를 막아내는 일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가장 중요한 사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양육관을 가다듬고 효과적인 ‘부모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내 아이는 훈육이고 다른 아이는 학대’라는 ‘내훈남학’의 그릇된 마인드를 갖고 있지는 않나 부모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 ‘누구나 부모는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좋은 부모는 될 수 없다’는 말을 새겨볼 일이다. 


아동학대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관련 장치가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2018년부터 아동의 진료정보나 출결 현황, 학부모부채 정보 등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대위험 가구를 예측하고 자동으로 통지하는‘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시행하고 있으나, 작년 말까지 3년간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학대의심 사례로 분류된 아동은 17만4,078명에 이르렀으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이 이뤄진 경우는 고작 0.05%인 96명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71개에서 81개로, ‘학대피해아동쉼터’도 76개에서 86개로 10개소 씩 증설한다지만 수용 가능한 인원은 겨우 600여 명에 불과하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총 664명 배치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실무 숙련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공공성과 실효성을 높이기는 어려우며, 아동·노인 학대·가정폭력의 예방 및 수사, 사후관리를 통한 재발방지, 피해자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2016년 4월 신설된 학대예방경찰관(APO, Anti-abuse Police Officer)도 정원 669명도 채우지 못하고 전문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선진외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아동학대 방지시스템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아동학대를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하게 다스리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미국은 멍이 등 흔적만 보여도 부모를 기소할 수 있고, 만약 아이에게 장애가 생기면 징역 30년 이상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영국은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자녀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 감정적 학대까지 처벌한다. 프랑스에서도 아동학대로 사망하면 징역 30년 이상, 장애가 생기면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을 내린다. 스웨덴은 가정이나 학교 등 어디에서든 아동체벌을 금지하고, 만약 아동학대를 할 경우 최고 징역10년까지 형을 내릴 수 있다.


최근 5년간 0~7세의 영유아아동의 수는 10.56% 줄어든데 반하여 같은 기간 0~7세의 영유아 아동학대범죄는 122.25% 증가했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아동은 급속히 줄어드는데, 아동학대는 오히려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아동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국가차원의 아동학대 매뉴얼 재정비, 유관기관의 공조와 협력을 통제하는 ‘아동학대 컨트롤 타워’ 신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운영 활성화, ‘내훈남학’의 양육관 불식,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 확충, 학대예방경찰관(APO) 증원 및 전문성 제고와 면책 부여,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아동학대방지시스템 개발 등 아동학대 없는 선진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전 방위적 전천후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서두르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제도적 정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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