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1. 01. 27.


“공공의료 왜 필요한가?”
        


                                                                ▲이준수 (서울특별시 북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우리는 COVID-19로 인해 21세기 최고의 감염병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라는 감염병을 차례로 겪으며 자연히 대응 능력도 커져야했지만, 최근 11월부터 나타난 3차 대유행은 그간의 K방역 성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역사회 곳곳을 무너뜨리고 있다.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정부가 3차 대유행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상을 확보하는 노력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격리병상으로 이동하지 못해 집안에서 혹은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둬야했던 기저질환 어르신들. 공공 격리병상이 충분히 확보되어, 빠른 시간 안에 이송되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수도권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공공병원이 없거나, 있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지역은 타 권역으로 확진자를 이송해야했다. 민간병원에 음압병상 설치를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COVID 19처럼 대유행 감염병의 경우 지역 내에서 진료가 가능해지려면 권역별 공공병원 확충의 방법밖에 없다.


공공병원의 필요성은 단지 감염병 상황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민간병원과 달리 서민이 부담하기 어려운 고가의 비급여 검사 및 진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권역별 공공의료기관은 존재 자체로 의료비 팽창을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엔 보건교육 및 상담 등 예방차원에서의 건강증진 서비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데, 민간병원보다 공공성을 기반으로한 공공병원이 역할을 하기에 더 적합하다. 또한 수익과 관련 없는, 예를 들어 응급, 분만, 재활치료와 같은 필수의료서비스도 공공의료기관에서 수행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은 기관 수 기준 5.5%, 병상 수를 기준으로 본다면 9.6%에 불과하다(건강보험공단, 2019). 이는 OECD 평균 기관 수 65.5%, 병상 수 기준 89.7%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다. 1/10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는 적은 숫자로 존재하는 공공 종합병원의 지역 편중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70개 진료권 중 무려 27개 지역엔 공공 종합병원이 전무하다. 이는 곧 지역별 건강 격차로도 나타난다. 공공종합병원이 있는 권역(경기)과 없는 권역(경북)의 기대수명을 살펴보면 7.4세 차이가 난다. 이렇듯 지역 거점 공공종합병원의 필요성은 여러 데이터로 입증되었다.


필자는 현재 서울특별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서울재활병원 지정)에 근무하고 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건강권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기관으로 주로 지역장애인의 건강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뿔뿔이 흩어져있는 보건의료복지 자원을 연결, 네트워킹을 강화해 장애인에게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업무를 하다보니, 장애인에겐 주로 필수의료서비스라 불리는 재활이나 만성질환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했다. 하지만 선뜻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기관은 많지 않았다. 주로 공공병원이 대부분이고, 그 중 301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의 건강에도 공공병원은 필수적이다.     


앞으로 우리는 공공병원 설립을 주장해야한다. 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병원은 존재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공공병원은 지역주민의 생명줄이자,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에겐 비빌 언덕과 같은 존재다. 따라서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설립 요인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건립기간을 단축하여 건강 지표상 낙후된 지역의 건강권을 빠르게 향상시켜야만 한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요즘. 더 이상 권역별 공공병원 건립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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