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1. 02. 17.


공중보건위기 상시화 대비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박경숙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도봉지부장            

지난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다. 우리나라는 K방역과 건강보험제도의 뒷받침으로 감염병 관리에 있어 선진적인 모델 제시로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올겨울 제2차 팬데믹 유행과 국민들의 피로감 누적 및 느슨해진 경계심으로 인하여 우리나라도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급기야 입원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대기하다 상태가 악화하여 사망하는 불행한 상황도 발생하였다.


1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19와의 사투로 의료진들의 피로 누적은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K방역을 자랑했지만 2차 대유행에 따른 의료인력 부족이나 중환자 병상 부족은 평소 ‘공공의료’를 소홀히 여긴 한국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사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지만,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공공의료 규모는 OECD 평균의 1/10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 기관수 기준 5.5%, 병상수 기준 9.6%로 OECD 평균 기관 65.5%, 병상 89.7%와는 큰 차이가 나며, 심지어 민간보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국의 기관 23.0%, 병상 21.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입원환자의 77.7% 담당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지역별로 편중되어 70개 진료권 중 27개에는 공공병원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또한 공공의료 부족이 필수 의료서비스 공급(급성심근경색, 응급진료 등)을 제한하여 지역별 건강 격차를 초래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제2, 제3의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 위기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공의료 확충은 국가적 재난·응급상황에서 의료 안전망의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요구이자 과제이다.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합리적 가격에 이용하고, 지역별 거점 의료기관에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응급, 분만 등) 이용하여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 보장으로 국민의 안전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의 도입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 설립 및 운영 비용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공공병원 설립비용은 300∼500병상당 약 2천만 원 정도로 이는 고속도로 약 8km 설립비용 수준으로 공공병원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사회간접자본 투입비용 대비 큰 편이 아니다.


지금 공공의료 확충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의료 불균형이 심화하여 막대한 사회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 어느 때보다도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국민적 지지와 정책적 결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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