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2. 04. 20.


물가 안정용 기준금리 인상, 취약계층 보호 대책부터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3월 14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연 1.50%로 조정했다. 올해 들어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 금리 인상이다. 


지난해 8월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네 차례에 걸쳐 각각 0.25%씩 기준금리를 총 1.0%포인트나 올린 셈이다. 최근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 상승세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 스텝(Big step│0.5%포인트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제 조처로 이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회의 후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치인 3%를 다소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그야말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경기는 하회의 부진을 면치 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긴축에 나서면 물가상승은 억제할 수 있겠지만, 경기 회복에는 그만큼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의장인 한국은행 총재가 공석 상태에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금통위는 위원 6명 전원일치로 금리 인상을 의결했다. 이와 같은 금리 인상 결정은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고 돈줄을 죄는 게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공급망 차질이 심해지면서 급등한 국제유가와 치솟은 곡물 가격이 국내 물가에 전이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가 오르고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은 실질소득 저하와 구매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소득 대비 소비의 비중이 큰 취약계층의 살림살이를 어렵게 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과 원자재 가격 부담이 큰 중소기업이 ‘고물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따라서‘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은행 설립목적(한국은행법 제1조)에 비춰 금리 인상은 당연한 조처로 환영한다. 


지난 4월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100)으로 1년 전인 2021년 3월보다 4.1% 상승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크게 웃돈다. 


이날 발표된 수입물가지수는 148.80으로 1971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고, 전월 대비 상승 폭은 7.3%로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는 곧 당분간 소비자물가가 더 오를 것임을 의미한다. 정부는 고물가의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도의 면밀한 비상계획을 세워 차질 없이 실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물가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외국의 급박한 상황도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이다.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5%를 기록해 41년 만에 최고 수치를 기록했고, 영국은 6.2% 뛰었다. 올 3월 유로존 물가는 7.5%, 독일은 7.3%, 스페인은 9.8% 상승했다. 


터키는 금리정책 실패가 겹치면서 무려 61% 폭등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돈을 풀었던 미국이 긴축으로 돌아서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으로선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위험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로 벌어졌다. 자칫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되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 그야말로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지만 취약한 국내 금융시장 여건상 외국인 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최근 물가 상승세는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하면 금리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잡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여기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지만 금리 인상이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킬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만 한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다른 어느 쪽보다 저소득 가계와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 2030세대 등 취약계층은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24일 발표한 ‘2022년 3월 금융안정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에서 취약차주 비중은 6%를 기록했다. 연령별로 보면 2030 청년층이 6.6%다. 다른 연령층(5.8%)보다 높아 최근 들어 청년층 신용리스크가 더 커진 셈이다. 청년층 취약차주 연체율도 지난해 1분기 말 5%에서 연말 5.8%로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매우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소득은 낮은데 빚 부담이 커져 부실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던 자영업자 대출 상황도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지난해 말 취약차주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1.2%로 나타났다. 


2년 전보다 1.6%포인트나 올랐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자영업자 차지하는 비중 16.6%보다도 높다. 특히 자영업자인 취약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05.5%로 여타 취약차주(59.6%)의 배에 달했다. 정책당국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 지원에 서둘러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8월 이후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이자는 연간 총 13조3,061억 원, 1인당 64만4,000원가량 늘어나게 됐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꺼리게 된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크다. 한국은행은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13조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우려가 매우 심각하다. 금융기관은 대출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하여 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 노력을 강화하고, 정책당국도 취약차주의 신용위험 증대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금융과 소득 측면에서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는 서민과 약자의 삶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금리 상승에 취약한 ‘다중채무자’와 ‘영끌’·‘빚투’에 나선 20·30대, 코로나19로 과다한 빚을 끌어다 쓴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한 선제적 ‘채무 구조조정’ 등 취약계층을 보호할 대책부터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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