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3. 01. 11.


가계와 자영업자 이자 고통 속 은행과 증권사는 잇속에 눈멀어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새해 들어서도 대출 금리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 안정, 원·달러 환율 하락했으나 높은 시장 변동성으로 일부 시중은행이 #가산금리 를 올린 탓이다.

금융권에 의하면 지난 1월 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가 연 5.27∼8.12%로 금리 상단이 지난해 말 7% 후반대에서 올해 8%를 넘었다.

지난해 첫 영업일인 1월 3일 당시 3.57~5.07%였던 것에 비해 1년 만에 금리 상단이 3.05%포인트 상승했다. 8%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이러다 보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영끌 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들의 비명이 더 커지고 있다. 예컨대 5억 원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30년 만기·원리금 균등상환으로 받았을 경우 금리가 5%에서 8.12%로 오르면, 매월 은행에 내는 원리금은 약 268만 원에서 약 371만 원으로 올라서 한 달 이자가 103만 원이나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당장 최고 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자는 그다지 많지 않겠지만 8%대 금리가 일상화되는 건 시간문제다. 일부 은행에선 변동금리 하단마저 대폭 올라 금리 7% 밑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사실상 거래가 끊기면서 처분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반면 은행 정기예금 이자는 연 4%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 1월 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4~4.5%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상품별로 보면 △우리은행 ‘WON 플러스 예금’ 4.48%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4.45% △신한은행 ‘쏠 편한 정기예금’ 4.40%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4.21% △NH농협 ‘NH 왈츠 회전예금 II’ 4.05% 등이다. 지난해 11월 중순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연 금리 5%대 예금 상품을 쏟아내며 고객 유치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과도한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3.25% 인상에도 예금 금리는 되레 떨어지는 기현상이 빚어지며 5%대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증권사의 이자 장사다. 새해에도 코스피(KOSPI) 지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줄줄이 오름세다. 지난 1월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를 대출 기간별로 줄줄이 인상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 4일부터 일주일 이내로 빌리는 1~7일 이자율(QV CMA 계좌)을 기존 4.9%에서 5.4%로, 8~15일은 10.4%로 올린다. 신한투자증권도 오는 1월 9일 8~15일 신용거래 이자율을 8%, 90일 이상은 10%로 적용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융자받는 금리는 3.02%였지만,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5.55~8.92%로, 금리 차가 최대 5.90%포인트까지 발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에 따른 이익)이 0.97~1.83%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6배 차이다.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3%대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고객에게 8%대의 높은 이자를 받아 위탁매매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은행보다 심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증권사들이 이런 높은 ‘이자 마진’으로 올린 수익은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에서 조달한 7조 6,852억 원에 대해 최대 ‘이자 마진’인 5.9%포인트를 적용하면 수익금은 무려 4,534억 원에 달하고 최소치를 적용하면 수익금은 1,944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과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평균 조달금리가 올해의 절반 수준인 1.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간 증권사들이 ‘이자 장사’로 벌어들인 수익만도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금리 상승 과정에서도 은행들은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빠른 속도로 올리며 역대 최대인 40조 6,000억 원(1∼9월)의 이자 수익을 올렸다.

은행 예대금리 차는 작년 3분기 말 2.46%포인트로 8년 만에 최대였는데 최근 금리 역주행으로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4,790조 원의 빚을 짊어진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들은 급증한 대출 이자에 고통받고 있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 연 소득 대비 연 원리금 상환액)은 60.6%로 3년 6개월 만에 다시 60% 선을 돌파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미 연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처지다. 신용대출까지 보유한 이른바 ‘영끌 족’들의 상환 부담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동시 보유 대출자의 DSR는 올해 10월 말 70.0%에 달했다. 통상 DSR가 70%를 초과한 경우는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떼면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고위험 대출자’로 분류된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은 대출자의 DSR은 더 악화한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70%를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동시 보유 대출자의 DSR은 2021년 12월 65.9%, 2022년 들어 3월 66.9%, 6월 67.7%, 9월 69.2%로 계속 높아졌다.

통상 DSR이 70%를 넘어가면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원리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한다.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받았다면 이미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7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받은 대출액이 1억 원을 넘기면 개인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길 수 없지만 ‘DSR 40%’ 기준으로 대출받고 대출액에 변동이 없더라도 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늘면 DSR이 올라갈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7조 4,000억 원, 1인당 238만 원이나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와 자영업자들은 이자 고통 속에 있는데 은행과 증권사는 잇속에 눈멀어 이자 장사에 골몰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올해는 극심한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더 커질 것이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은 과도한 이익 추구를 자제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위기 극복 동참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되 시장 왜곡과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관치는 삼가고 피해야만 한다. 또한 바가지 이자 장사를 해온 증권사들도 은행처럼 조달 및 대출 금리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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