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3. 01. 18.


국가 존망 달린 저출산 대책, 경제문제로 접근해야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인구 규모는 국가와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발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국가 존립(存立)과 흥망성쇠(興亡盛衰)가 달려 있기에 인구감소 문제 해소정책은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인구는 국가 경제의 가장 기본적 함수다. 생산력과 소비력을 나타내는 데 출산율 하락의 폭이 너무도 가파르다. 보육·보건·연금·교육·일반복지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경제·사회정책을 좌우하는 가장 근원적인 팩터(Factor) 이다.

게다가 인구감소는 국방과 안보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惹起)한다. 국내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2020년 3,737만 9,000명에서 2070년 1,736만 8,000명으로 반 토막이 우려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런 추세라면 2030년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저출생 대책을 시행해 왔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3차례의 기본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총 380조2,000억 원 규모의 예산과 3,038개의 정책과제를 쏟아부었음에도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0명대로 떨어졌고,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파른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에 대한 국가의 명운을 건 근본 대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8월 24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0.81명으로 1970년 출생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여자가 가임 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고작 0.81명 남짓이라는 의미로, 이미 압도적인 세계 최저 수준(2020년 0.84명)에서 수위를 더 낮춰 급기야 0.81명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6만 600명으로 불과 20년 전인 2001년 55만 9,934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1년 전 27만 2,337명보다 1만 1,800명(-4.3%)이 감소한 규모로 역대 가장 적은 출생아 수다.

인구 문제는 이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인구감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인구소멸 시대를 치달리며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함에도 정치권은 말로만 위기라 할 뿐 실효적·효과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구절벽, 지방소멸, 초등학교 폐교라는 말은 이미 너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고 진부하고 비루한 용어로 퇴색되어 버린 지 오래다.

올해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예비 소집이 시작됐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그런데 일부 지방 학교에서는 신입생이 0명이어서 입학식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전국 지방 소재 초등학교 수십 곳에서 입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강원도에만도 올해 취학하는 초등학교 신입생 1만 3,484명에 대한 학급 편성 결과, 태백 화전초교와 정선 백전초교, 인제 서성초교, 고성 명파초교 등 본교 4곳과 강릉 옥천초 운산분교장 등 분교 19곳에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고, 충북의 경우 초등학교 예비 소집이 마무리됐지만, 청주 수성초교, 구성분교와 미원초 금관분교 등 6곳이나 취학 아동이 없어 신입생을 받지 못하며, 전북에서도 신입생이 1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군산 어청도초교, 신시도초야미도 분교, 임실 신덕초교, 부안 위도초식도 분교 등 4개교나 된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이 지방에만 국한된 문제는 결단코 아니다. 인구가 집중된 서울의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도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9년 7만 8,118명에서 2020년 7만 1,356명, 2021년 7만 1,138명, 2022년 7만 442명 등으로 지속 감소했다. 올해는 6만 명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합계출산율 1.3명부터는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2021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 무려 0.79명을 기록,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경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일본은 201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1.42명일 때 총리 직속으로 인구 위기를 총괄하는 인구 전담부서를 만들어 합계출산율 1.0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99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1.79명일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출산율 회복을 위해 GDP 대비 4%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왔다.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족은 매월 최소 131.55유로 혜택을 받으며, 자격을 갖춘 가족을 위해 각 아동이 출생 시 주어지는 944.51유로의 지급을 포함해 많은 보조금을 받는다. 스웨덴도 여성과 모성 고용률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고 아동 빈곤은 가장 낮다. 부모는 자녀가 15세가 될 때까지 월별 수당을 받는다.

부모는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아버지도 480일 중 약 30% 유급 휴직이 보장된다. 노르웨이도 지난해 아이 1명당 2만 9,726달러 지원하고 49주의 육아휴직을 주는 등 출산 장려에 주력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1월 2일 발표한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동태적 영향 연구’에 따르면 집값이 1% 상승하면 최장 7년까지 출산율에 영향을 끼치고, 합계출산율은 1년에 0.0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7년간 약 0.014명 감소한다.

출산 인구층은 가계 자산 축적이 적은 사회 초년생으로,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대출 등 상당한 지출이 필요하고, 출산 이후 비용이 지속 발생하기 때문에 출산과 주택가격 간 상충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택 문제와 출산율 제고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저출산 대책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야말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테이블 위에 놓고 소통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이렇듯 저출산 문제가 세기적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되고 있는 가운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은 지난 1월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은 수요자 입장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마련된, 한마디로 출산을 강요하는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잘못됐다”라고 꼬집고, 신혼부부가 자녀를 출산하면 원금과 이자를 탕감해주는 헝가리의 파격적인 출산 지원정책을 언급하며,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혼인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과감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 것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다.

지난 1월 8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무총리실이 국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나 부위원장이 발표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라고 직격(直擊)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이라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나 부위원장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이와는 별개로 헝가리의 출산지원정책이 우리에게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19년 ‘베이비 익스펙테이션 론(Baby expectation loan)’ 정책을 도입했다. 40세 이하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정부가 저리로 최대 1,000만 포린트(HUF │ 1포린트=3.36원)를 대출해 주고, 5년 내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자 면제 혜택을 준다.

둘째를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을 탕감하고 셋째를 낳으면 대출액 전액 탕감해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참고로 헝가리에서 1,000만 포린트(HUF)는 우리 돈 4,000여만 원 정도로 젊은 직장인들의 1~2년 연봉에 해당한다고 한다. 헝가리는 이런 다양한 정책으로 실제 혼인율이 20% 높아졌고, 합계출산율도 2011년 1.23명에서 2020년 1.56명으로 올렸다.

문제는 대출 탕감에 1년에 12조 원의 예산을 들여야 한다. 돈 풀기로만 출산율을 올릴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올해도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급여 지급 대상을 고용보험 가입 임금근로자에서 고용보험 가입 특고·예술인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한다.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해 육아휴직 관련 불법행위 신고와 구제 절차 업무매뉴얼도 작성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달부터 기존 ‘영아 수당’을 통합, ‘부모 급여’를 신설해만 0세 아동은 월 70만 원, 만 1세 아동은 35만 원의 ‘부모 급여’를 지급한다. 단, 대상은 2022년 이후 출생 아동부터다. 아이 부모에게 첫 1년간 840만 원, 그다음 1년간 42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2024년부터는 액수를 늘려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부모 급여’에는 국고·지방비 2조 3,600억 원이 투입된다.

또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2027년까지 연 500곳씩 2,500곳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인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소홀히 방기(放棄)하거나, 흐지부지 방치(放置)하여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간 성장은커녕 국가소멸이란 최악의 국가 존망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또한, 정부의‘책임장관제’가 형해화(形骸化)되어서도 안 된다.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주 52시간제 개편안’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이유를 달아 뒤집혔고, 화물연대 파업 협상에 나선 국토교통부 차관은 “대통령실에 보고할 뿐 아무 교섭권이 없다.”라고 대놓고 실토한 바도 있으며, 저 출생 대책을 추진하는 장관급 부위원장이 검토해보자는 정책 아이디어까지 봉쇄되거나 번복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설익은 정책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내부 조율이 사라진 국가정책 결정은 국민 불안과 정책 혼선만 높일 뿐이다.

당연히 국가 존망이 달린 저출산 대책은 정치가 아닌 경제문제로 접근해야만 한다. 무분별한 만기친람(萬機親覽 │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도 무모한 당랑거철(螳螂拒轍 │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아섬)도 국가발전과 국론통일에 결단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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