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3. 08. 23.
말 많았던 새만금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12일의 여정
결국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부안에서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마무리됐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 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청소년국제야영대회이다.
지난 2017년 유치에 성공한 새만금 잼버리는 152개국에서 약 4만 3천명이 참가해 역대급 규모의 대회로 열렸다. 그러나 개막 첫날부터 논란이 일었고, 대회가 진행될수록 문제는 더 크게, 더 많이 드러났다.
새만금은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인데 나무 한 그루 없는 벌판이라 뙤약볕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 폭염 속에 개막식을 치루는 바람에 개막 첫날부터 온열질환 환자가 쏟아졌다.
조직위원회가 곳곳에 그늘 쉼터 등을 만들었지만 역부족이었으며, 의료 시설도 열악했고 의료 인력과 약품도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는 방치되다시피 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뿐만이 아니다. 장마철에 내린 빗물이 빠지지 않아서 곳곳이 진흙탕으로 변했다. 조직위는 폭우 이후, 부랴부랴 플라스틱 팔레트 10만 개를 투입해 그 위에 텐트를 치도록 했다. 샤워실과 화장실 등 부대시설도 엉망이라는 말이 나왔다.
샤워실의 가림막이 부실하고, 화장실 숫자도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생이 깨끗할 리 없었다. 식사로 나온 달걀에 곰팡이가 발견되는가 하면, 화장실은 청소 관리가 제대로 안돼서 참가자들이 사용을 꺼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야영장에는 모기·화상벌레가 들끓어 벌레에 물린 환자가 속출했다.
급기야는 가장 많은 인원을 보낸 영국이 잼버리 중간에 약 4,500명 대원들을 철수시켰다. 이어 미국, 싱가포르도 철수를 결정했고,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대회를 중단하라고 권고까지 했다. 여기서 잼버리는 중단되는가 했다.
그러나 다행히 세계 각국 대표단이 모여 회의를 연 결과 예정대로 12일까지 끝까지 대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늦게나마 정부가 나서 청소·관리·의료 지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고, 그늘막과 냉방버스, 생수 등을 지원하는 대책을 추진했다. 정부가 직접 컨트롤타워로 나서면서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냉방버스·생수 등을 새만금에 제한 없이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시설 등을 살폈다.
지자체 역시 팔을 걷어붙이며 태풍 ‘카눈’을 피해 새만금을 떠나 전국 8개 시·도로 이동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숙소 및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원들을 맞이했다. 잼버리는 대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일각에서 ‘잼버리를 위해 가수를 강제로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윤석열 정부가 안일하게 준비하고 대응했다’는 어이없는 비판도 나왔다. 콘서트는 원래 새만금 야외무대에서 계획됐지만, 폭염·태풍 때문에 급히 시간과 장소를 바꾼 것이다.
준비 과정에서 안전난간 없이 무대를 설치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원래 11팀이 출연하기로 했는데 19팀으로 크게 늘린 것도 가수를 동원했다는 긍정적인 비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질 내용이지만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대회를 유치하고 장소선정 등 초기 준비를 맡았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도지사의 책임은 없는지 묻고 싶다.
이미 한여름에 야영하기 적절치 않은 새만금을 잼버리 개최지로 고른 것부터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환경파괴 등 여러 논란에 시달려 온 새만금을 띄우기 위해 전라북도가 처음부터 다른 후보지는 고려하지 않고 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을 밀어붙였다.
정부는 전라북도와 여성가족부가 올바르게 개최지를 선정하고 예산을 썼는지, 대회를 충실하게 준비했는지 등 의혹 없는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2025 아시아·태평양 잼버리가 국내에서 열리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쓰고 있는 만큼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정치권의 공방으로 국익을 헤치는 일이 안생기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