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4. 02. 28.


금리 1% 오를 때 소비는 0.32% 감소, 부채부터 줄여야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며 소비 둔화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빚내서 집을 산 3040세대가 금리 인상 이후 소비를 가장 많이 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가계소비 증가율은 0.3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 집을 사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씀씀이부터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 소비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전체 소비는 20% 이상 추가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조사국)이 지난 2월 25일 발간한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 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국내 민간소비 부진이 계속되자 고금리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본 것이다. 분석에는 가계금융복지조사와 한국노동패널 자료 등이 활용됐다. 연 3.5%의 높은 기준금리가 1년 1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3040 세대와 중산층이 고강도 긴축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씀씀이가 큰 이들이 지갑을 닫아버리자 소비 둔화세가 더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먼저 모든 가계가 공통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간 간 대체’ 효과를 살펴봤다.

‘기간 간 대체’는 금리 상승기에 가계가 현재 소비를 줄이고, 대신 저축을 더 많이 해서 미래 소비를 늘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현재 소비를 줄이는 ‘기간 간 대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실제로 지난해 가계의 소비성향이 전반적으로 약화해 민간소비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이 좀 더 주목해 분석한 건 가계 특성별로 달리 나타나는 ‘금리 익스포저(Exposure │ 노출도)’ 효과다. 각종 손실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금액으로 금리가 오를 때 이득을 보는 가계(금리상승 이득층)와 손해를 보는 가계(금리상승 손해층)로 나눠서 분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출보다 예금 같은 금융자산이 더 많은 가계는 금리가 오르면 이득을 보지만, 금융자산보다 변동금리 대출이 더 많은 가계는 손해를 본다. 이득층은 금리 상승기에 소비를 늘리고, 손해층은 반대로 소비를 줄일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은 금리가 오를수록 재무적으로 손해를 보는 계층을 1분위, 이익을 얻을수록 10분위로 분류해 이들의 소비 변화를 분석했다. 가계별로 ‘금리 익스포저’가 낮은 1~3분위를 ‘금리상승 손해층’으로, 5분위를 ‘취약층’으로, 9~10분위를 ‘금리상승 이득층’ 등으로 구분했다. 금리에 민감한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금리상승 손해층’은 3040세대 비중이 높았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금리상승 손해층(1·2·3분위)’은 2019년 대비 2022년 소비를 10% 이상 줄인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주로 30~40대였고, 소득은 중상위층(상위 40~70%), 소비는 상위층(상위 60~100%)의 비중이 컸다.

특히 주택 보유 비중, 수도권 거주 비중, 부채가 모두 높은 수준이었고, 부동산담보대출 비중 역시 컸다. 주택과 같은 비유동성 자산은 많지만, 현금 등 유동성 자산이 적다 보니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금리민감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금리상승 이득층(9·10분위)’은 같은 기간 소비를 소폭 늘렸다.

주로 60대, 고소득 및 고자산층이다. 금리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취약층(5분위)은 저소득·저자산·저부채 가구가 많았다. 특히 빚을 내서 집을 산 ‘영끌족’이 고금리 시기에 지갑을 닫은 영향으로 소비 둔화 효과가 23%가량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향후 30∼40대 ‘영끌족’의 가계부채가 더 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가계소비 증가율은 0.32%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소비 증가율 변화를 전 분위에 적용되는 ‘기간 간 대체’ 효과와 ‘금리 익스포저’ 영향으로 나눠 보면 기간 간 대체는 0.26%포인트, 금리 익스포저 격차는 0.06%포인트 낮췄다.

세부적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제약 효과는 0.26%포인트, 금리 리스크에 노출된 정도(금리 익스포저)에 따른 영향이 0.06%포인트 소비 증가율을 낮춘 것이다. 소비 성향이 높은 가계가 금리상승 손해층에 많이 포함돼 있다 보니 전체 소비를 20% 이상(0.06%포인트) 추가로 감소시켰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소득은 중상층, 소비는 상위층에 집중돼 있었다. 특히 주택 보유 비중, 수도권 거주 비중, 부채가 모두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부동산담보대출 비중 역시 높았다. 금리민감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금리상승 이득층\'과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젊고 소득수준은 다소 낮지만 주택 보유 비중과 소비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익스포저가 중립에 가까운 취약층은 저소득·저자산·저부채 가구가 많았다.

문제는 손해층의 소비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다. 금리 상승기에 ‘금리상승 손해층’의 소비 감소폭이 ‘금리상승 이득층’의 소비 증가폭보다 크다는 결론이다. 이는 자산 구성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상승 손해층’은 주로 주택 같은 비유동성자산이 많고 현금·예금 같은 유동성자산은 적은 만큼, 소득이 줄어들 때 소비가 받는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기에 ‘금리 익스포저’ 효과가 소비를 추가로 둔화시키는 이유다. 분석 결과 ‘기간 간 대체’에 ‘금리 익스포저’ 영향이 더해지면 소비 둔화 효과가 무려 23%나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금리 인상시 소비 둔화는 불가피하다. 저축은 늘리고 소비는 줄이려고 하는 ‘기간간 대체’ 효과가 모든 가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8월 0.25%포인트(0.50→0.75%) 올리는‘베이비스텝(Baby step)’을 밟으며 시작된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 명목 대출금리는 2~3%, 실질금리는 약 1.5%포인트 뛰자 민간소비 흐름이 금리 인상 이전에 예상했던 추세를 상당 폭 밑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계소비 변화를 살펴본 결과, 실제로 ‘금리상승 손해층’의 소비 회복이 가장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채가 많은 이들은 금리 부담을 더 크게 느끼며 소비를 빠르게 줄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3040 세대와 중산층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 주기를 고려하면 3040 세대가 주택 구매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을 많이 받는 경우가 많고, 중산층은 양호한 소득 수준 덕에 대출을 받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성장·고금리·고물가의 지속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신용잔액은 사상 최대치인 1,886조 4,000억 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증가했고,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도 45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로 추산됐다.

또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 차주’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3.6%였고, 취약 차주 가운데 35.5%(46만 명)의 DSR이 70% 이상이었다. 하지만 향후 금리 인하에 따라 가계 소비는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소비 활동이 왕성한 연령대인 3040 세대가 이 시기에 또다시 부채를 늘릴 경우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고 내수부문의 역동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대만큼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금리도 낮아지게 되면 가계의 소비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3040 세대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가계부채가 재차 크게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물론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 뇌관인 가계부채부터 줄여 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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