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4. 05. 01.
주택 착공 물량 반 토막, 전세 불안 부채질 가능성 커져
지난해 전국의 주택 착공 물량이 과거 18년(2005∼2022년)간 연평균 실적에 비해 반 토막 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내 착공 물량은 연평균의 33%로 더욱 저조했다.
앞으로 2∼3년 후 주택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또다시 전월세 및 매매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집값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공사비 급등 등의 여파로 전국 곳곳의 주택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된 탓으로 분석된다.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KRIHS)이 지난 4월 23일 발표한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 인허가는 39만 9,000가구로 연평균 대비 74.2%였고, 착공은 20만 9,000가구로 연평균 대비 47.3%였으며, 준공은 31만 6,000가구로 73.9%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해 서울의 주택 인허가는 2만 6,000가구로 연평균의 37.5%였고, 착공은 2만 1,000가구로 32.7%였으며, 준공은 2만 7,000가구로 연평균의 42.1%에 그쳐 인허가, 준공, 착공 물량 모두 연평균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 30∼40%대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착공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이러한 부진은 정부가 세운 주택 공급계획 대비 실적을 비교해봐도 서울의 공급 부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국의 주택 공급 실적(인허가 기준)은 38만 9,000가구로, 정부 계획 물량인 47만 가구의 82.7% 수준이다. 그러나 서울 지역 인허가는 목표치 8만 가구의 32%에 그쳤다.
국토연구원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서울의 경우 공급 회복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국토연구원은 주택 공급이 저조한 주요 원인으로 금리 상승과 공사비 증가, 주택시장 경기 위축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꼽았다. 금융 측면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제한적인 리스크 분산 기능, 신탁·리츠 등 PF 외 자금조달 방법이 활성화되지 못한 점도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의 주택 착공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서울은 토지비 자체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데, (토지 매입에 드는) 금융 비용이 커지고 공사비도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했다”라며 “정비사업에서 공급 물량의 대부분이 나오는 가운데 조합의 분담금이 상승한 것도 공급 지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가뜩이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가까이 뛰는 추세인데 전세 불안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전세 사기를 피해 빌라 수요가 대거 옮겨온 데다 입주 물량까지 급감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승 폭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전셋값 가격지수는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4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달 셋째 주까지 1% 상승했다. 성동구가 2.28% 올라 가장 많이 올랐으며 은평구(1.9%), 노원구(1.86%) 등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최근에는 전세 갱신 계약 비중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 1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3만 6,247건 중 35%(1만 2,604건)가 전세 갱신계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이미 3개월째 1,000채를 밑돌고 있다. 서울은 내달 입주 물량이 아예 한 채도 없어 전셋값을 더 끌어올릴 공산이 다분하다. 서울 신축 입주 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는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2만 4,139가구로, 전년도 3만 570가구보다 21%나 줄어든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역전세난 우려에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까 봐 고심했었는데, 이제는 전세 매물의 품귀와 전세난을 걱정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지금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 매매시장이 위축돼 있지만 전셋값 상승세와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할 경우는 집값마저 자극할 소지가 적지 않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전세난 상승의 불씨가 되고,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거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거래가 꿈틀대면서 매매 가격이 국지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이 공급 부족이 누적되면서 자칫 부동산 시장 과열이 반복적 악순환될 우려가 있다. 주거 불안이 커지게 되자 실수요자들은 발품을 팔아 조금이라도 값싼 전세를 찾고,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느라 빚을 내고, 도심에서 먼 외곽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특별히 다른 대안이 없다.
전세제도는 그동안 노정(露呈)된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주택 서민이 ‘주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감에 있어서 큰 역할과 기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는 전세 사기 공포로 수요가 급감한 빌라·오피스텔 등으로 세입자가 눈을 돌려 매력을 갖고 찾을만한 유인책을 서둘러 강구하고, 공사비 급등에 따른 입주 차질을 막는 등 ‘입주 절벽’의 빈틈을 채우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당연히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최악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월세 신고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의무 시행,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 반환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전세 자금 대출 DSR 적용, ▷전세자금보증 기준 강화, ▷장기 공공주택 대거 공급 및 전세 사기 주택 공공 우선 매수권 활용 등을 법제화 내지 제도화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더 이상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개발정책에 몰입·편향·편중되지 말고, 부작용 없이 관리가 가능한 전세제도 조기 안착을 위한 간단 없는 꾸준한 물량 공급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공공과 민간의 가용 능력을 총동원해 필요한 곳에 양질의 주택을 서둘러 공급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키는데 정부 역량을 집주(集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