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4. 06. 12.
서울 아파트 전셋값 오르자 집값도 꿈틀, 단기 안정책 마련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째 꾸준히 오르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까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체결된 서울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세 계약 가운데 전셋값 6억 원 미만 계약 비중이 48.9%까지 떨어졌다. 서울에서 4인 가족이 살 중간 수준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비용이 6억 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여기에 전세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2년 더 부여(2+2년)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연 5% 수준 내에서 전세보증금 인상 폭을 제한한 ‘전월세상한제’의 이른바‘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이 올 7월 말로 4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묶여 있던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란 우려까지 겹친다.
지난 6월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 넘게 오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동안 0.10% 오르며 5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역대 세 번째로 긴 상승 기간 기록을 세웠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아파트 전셋값은 0.05% 상승했다. 실제로 서울 곳곳에서는 전세 상승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문제는 아파트 전셋값이 더 오를 일만 남았다는 점이다.
전세 사기 이후 비아파트 주택의 전세 수요까지 아파트로 몰리며 전셋값이 고공행진 하는 데다가 입주 물량 축소까지 예측되는 상황에서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2+2년’ 경과로 임대차계약이 처음 만료되면서 임대인이 지난 4년간 오른 전셋값을 한꺼번에 인상을 요구하고 보증금을 최대한 많이 올리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셋값의 상승 장기화는 집값을 자극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난달 하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전국 매매가격이 26주 만에 하락을 멈추고 상승 전환했다. 지난 6월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6월 첫째 주(지난 6월 3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1% 상승했다.
지난주와 같은 상승 폭이다. 2분기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가운데 9억 원 초과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는 특례보금자리론 대상 9억 원 이하 아파트에 거래가 집중됐으나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가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해 주택시장 회복에 청신호를 나타냈다.
지난 6월 6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밝힌 6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6포인트 오른 85.0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아파트 공급이 내년부터 2, 3년간 이전 3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집 구매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렇듯 부동산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더디어만 보인다. 지난 5월 말 발표하기로 했던 ‘전셋값 안정 대책’은 돌연 연기됐다. 정부가 검토해 온 전세 안정화 대책은 ▷‘임대차 2법’ 폐지와 ▷주택 공급 확대로 알려졌는데, 긴장감 없는 한가한 내용들로 보인다.
주택 공급 확대는 중장기 대책일 뿐이고, 전셋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임대차 2법’ 폐지는 자칫 상승세에 기름을 끼얹는 조치가 될 소지가 크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셋값 상승세로 인해 차라리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매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전셋값이 상승하고, 전셋값이 오르면 임대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된다.
이처럼 아파트 전세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에 전용면적 84㎡의 6억 미만 거래 비중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지금은 주택 공급 불안을 없앨 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월세 보증금 상한제 강화와 비아파트로 임대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전세 보증 가입요건 완화 같은 단기대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전세시장 안정화는 공급을 늘려 유도하는 것이 옳다. 규제를 통한 안정화는 또 다른 왜곡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