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4. 07. 24.


집값 불안만 키운 시늉만 낸 \'공급 확대\', 관건은 속도와 실행력 확보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집값이 들썩거리는데도 낙관론만 펴왔던 정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급기야 뒤늦은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장 불안을 걷어낼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그래서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7차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9월 26일 3기 신도시 등의 주택 공급 물량 5만 5,000가구 확충안을 담은 ‘9·26 대책’을 발표한 6차 회의 이후 10개월 만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시장이 과열되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2029년까지 3기 신도시 중심으로 23만 6,000가구를 시세보다 싸게 분양하고, 하반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수도권 신규 택지에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라는 계획 등을 밝혔다.

다음 달 중 추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서울 전세 시장 안정 대책으로 비아파트 1만 가구 공급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효성 없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늉만 낸 불확실한 공급 신호로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주택 공급 등을 내세우며 집이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지만 3기 신도시는 입주 시점이 2027년 이후여서 당장 서울의 입주 물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도움 되지 않는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만해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일시적인 잔 등락”이라며 “추세적 상승 전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등의 공급 물량이 넉넉하고 고금리 지속으로 수요 계층이 제한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주택 사업은 속속 좌초되고 시장의 공급 부족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18일 ‘총력 대응’을 예고한 것은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은 지난 3월 하락세가 멈춘 이후 전월과 대비해 4월 0.09%, 5월 0.14%, 6월 0.38% 등으로 갈수록 상승 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정부 시절 고점을 훌쩍 뛰어넘은 곳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집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올해 7월 들어서도 이번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8% 올라 지난 3월 25일 이후 17주 연속 상승 행진 중이다. 5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전셋값도 61주 연속 올랐다. 집값에 불이 붙은 데는 공급 부족을 간과하고 정책 엇박자를 낸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말까지 서울에 공급하기로 한 주택(인허가 기준) 물량은 19만 가구인데 공사비 급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진으로 지금까지 실제 공급된 물량은 3만 5,000가구로 목표치의 18.4%에 그친다.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들어 지난해 상반기 1만 5,080가구에서 올해 상반기엔 5,850가구로 61.21%나 줄었다.

게다가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대출을 풀자 빚을 내서 집 사려는 수요가 더욱 몰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한 것도 한몫했다. 3년 만에 2%대까지 떨어진 주담대 금리는 영끌 투자를 끌어들이는 촉매제가 됐다.

또한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대세 상승 조짐이 보이면서 ‘패닉바잉(Panic buying)’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과도한 부채를 끼고 내 집 마련에 뛰어드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재연되는데 주무 부처 장관은 “추세적 상승 전환이 아니다”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내 시장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 당국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그야말로 늑장 대응에다 변죽만 울리는 졸속 대책만 내놓고 있다.

당장 주택 부족이 발등의 불인데, 2029년까지 23만 6,000가구 공급과 올 하반기 수도권 신규 택지 개발 등 단기 공급 확대와는 거리가 멀어 실효성이 없는 방안들만 나열했다. 집값 급등을 투기 탓으로 전가하려는 기류마저 엿보인다. 정부의 인식과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2029년까지 공급하겠다는 23만 6,000가구 중 3기 신도시가 7만 700가구인데, 올 하반기 청약 물량은 고작 1,100가구에 불과하다.

내년에도 상반기 2,900가구, 하반기 5,000가구 등 7,900가구에 그친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겨우 9,000가구로 3기 신도시 전체물량(7만 700가구)의 12.73%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희망 고문이자 사탕발림인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올 하반기에 수도권 그린벨트까지 풀어 2만 가구 규모의 택지를 새로 공급하겠다는 것도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왜냐면 택지 지정부터 입주까지 10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전세 대책으로 내놓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 매입 임대주택 확대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기는 매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매입임대실적은 1,581가구다. 기축 주택이 155가구, 신축약정 주택이 1,426가구다. 이는 LH가 올해 매입 임대주택 목표 물량으로 내세운 3만 7,000가구의 겨우 4.27%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올해 하반기 3만 5,000가구를 추가로 매입해야만 한다. 급조된 방안들이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한 단면이다.

현 정부는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표방해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착공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18% 줄고, 주택 인허가 건수도 5월까지 24%나 감소해, 향후 주택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져만 왔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4월 23일 발표한 ‘주택 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 공급 전략’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20만 9,000가구로 최근 18년간 연평균(2005~2022년)의 47.3%에 그쳤다. 인허가는 39만 9,000가구로 연평균의 74.2%, 준공은 31만 6,000가구로 73.9% 수준이었다. 정부의 대책이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면 무엇보다 실행 가능성이라도 확실해야 한다.

향후 금리가 내리게 되면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변수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강조하면서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했다. 시장금리 하락도 유도해왔다.

‘가계대출 한도 규제(스트레스 DSR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2단계’ 적용 시점은 당초 7월 1일 시행키로 한 것에서 9월 1일 시행으로 두 달이나 늦췄다. 그런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정부는 연착륙을 말하지만, 내심 집값 상승을 바라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공급 부족이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아파트 신축이 위축되면서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확산하면서 투기성 가수요까지 촉발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오락가락 갈팡질팡 갈지자 정책까지 기름을 끼얹었다. 집값을 잡겠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성 주택자금 대출을 연 30조~40조 원씩 공급하며 주택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다.

지금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를 꺾는 것이 최우선이 돼야만 하는 시점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주택 투기 수요가 일면서 집값이 오르고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결단코 아니 된다. 정부는 공급을 충분히 늘리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줘야만 한다. 서울에선 재건축, 재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규제를 더 과감히 풀어야만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집값 광풍(狂風)’을 막을 종합대책을 짜고 실행으로 옮겨가야 한다. 현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했지만, 공사비 급등과 건설 경기 침체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급 대란’ 발(發) 집값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에 정부는 확실한 공급 확대 시그널(Signal)로 수요자를 안심시키고, 세제 혜택과 유동성 공급, PF 완화 등으로 민간사업자가 주택 공급에 뛰어들 실질적인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PF 사업장 부실화 등의 문제는 대출 규제 완화가 아니라 면밀하고 정교한 옥석 가리기와 여건별 핀셋 지원의 ‘투트랙 전략’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정부는 가계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을 일정 수준 아래로 억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기존 사각지대였던 전세자금 대출, 중도금 및 이주비 대출, 정책대출 등을 포함하는 방안도 신중히 긍정 검토해야 한다.

다른 문제를 희생하더라도 집값 상승만은 반드시 막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단호한 신념이 강력히 드러나야 한다. 경제는 심리지만 정책은 타이밍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때만 놓치면 지난 정부의 ‘미친 집값’이 재연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실기하지 않도록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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