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4. 09. 11.


주택담보대출 옥죄자 신용대출만 늘어나는 고삐 풀린 가계 빚 풍선효과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월 1일부터 2단계‘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치가 시행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억누르자 신용대출이 부풀어 오르는 등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스트레스 DSR’이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 부담액만큼 대출한도를 낮추는 제도를 일컫는다.

지난 9월 8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569조 5,451억 원으로 증가액은 8,835억 원이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 9,321억 원으로 증가액은 4,759억 원이 집계됐다.

불과 4영업일 동안 8월 한 달 신용대출 증가액 8,495억 원의 절반을 웃도는 4,759억 원이 늘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8월(8조9,115억 원)의 9.9% 수준으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용대출 증가액은 가파르게 불어나며 5일 만에 올해 들어 월별 증가액이 가장 컸던 지난 8월(7,759억 원)의 63%를 넘어섰다.

5대 시중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 5일 기준 726조 6,400억 원으로 집계돼, 8월 말과 비교해 1조2,700억 원 늘어났다. 7월 7조 원, 8월 9조 6,000억 원 등이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줄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하루 평균 1,700억 원대에 그쳐, 지난달 하루 평균 3,000억 원보다 확실히 꺾였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축소는 DSR 규제 강화와 함께 은행들이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인 영향도 컸다.

이렇듯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다른 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론으로 풍선효과가 확산할 것에 대비해 이번 주부터 점검을 강화한다. 하지만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이 2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벌써 비은행권 금융기관 가계대출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월 8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숫자 추이를 살펴보면서 필요시에는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추가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연 소득 내로 묶어버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의 150%에서 100%로 축소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됐던 2021년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해 ‘영끌 족’들이 신용대출은 물론이고 카드론까지 끌어다 쓰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당장 이번 주부터 저축은행 신용대출과 카드사의 카드론 등 현황을 일일 점검하기로 했다. 지난 8월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7월 말 카드론 잔액은 41조 2,266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6월 말 40조 6,059억 원 대비 6,207억 원(1.53%) 늘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2월 38조 7,613억 원을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추이를 보면서 ‘영끌’ 수요가 감지되면 카드론 한도 축소를 검토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출 시장 상황에 실수요자들의 위기의식만 커지며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민 취약계층의 애환과 아픔도 품고 보듬어야 한다.

내수 침체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각 파고로 국내 가계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높은 추세가 올 2분기까지 8분기 연속되고 있다.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전국 가구 월수입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사업소득(실질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고소득 자영업자는 줄었고 저소득 자영업자의 수입은 대폭 떨어졌다. 소비지출은 14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이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소득 증가율보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더 높은 추세가 8분기 연속 이어졌다.

통계청이 지난 8월 29일 발표한 ‘2024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96만 1,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증가했다.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근로소득은 314만 6,000원(3.9%)으로 증가했고 사업소득은 94만 원(1.4%)으로 늘었다.

문제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사업소득은 외려 1.3% 떨어졌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 오르는 데 그쳤지만, 세부적으로 뜯어 보면 ‘밥상 물가’로 통용되는 신선식품 지수가 3.2%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빚을 내 빚을 갚는 한계가구(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DSR이 40%를 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금융권 가계대출을 막는 것은 서민들을 고금리 사금융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증가를 막는 것과 함께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도 의당 강화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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