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4. 09. 26.
‘딥페이크’에 ‘사이버플래싱’ 성범죄까지 청소년 보호 대책 강화를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충격적인 22만 명이나 참여한 ‘딥페이크(Deepfake │ 불법 합성물)’ 텔레그램방에서 성범죄가 자행된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스토킹 범죄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어 충격을 더한다. 당연히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래 여성이 교제를 거절하자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해 피해자를 협박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9월 22일 「스토킹처벌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 협박 혐의 등을 받는 20대 A모 씨를 이달 지난 9월 13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모 씨는 올해 8월부터 같은 학원에서 만난 여성 B모 씨의 거절 의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연락한 혐의를 받는다. 또 B모 씨가 법적 대응을 통보하자 학원 홈페이지에서 B모 씨의 사진을 내려받고, 이를 활용해 만든 딥페이크 음란물을 보여주며 “지인들에게 뿌리겠다”라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디지털 성범죄인 ‘사이버플래싱(Cyber flashing │ 자신의 나체 사진이나 영상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까지 확산 중이라 더욱 우려스럽다. ‘사이버플래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아무에게나 손쉽게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과거 길거리에서 벌어지던 ‘바바리맨’들의 범죄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SNS 메시지, 에어드롭(Air Drop │ 근거리 무선파일 공유 시스템) 등 다양한 전송 수단을 이용해 ‘사이버플래싱’이 벌어지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바바리맨’이 온라인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셈인데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 당국은 물론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디지털 성범죄에 단호히 대처해야만 할 것이다.
‘딥페이크’가 아는 사람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지인(知人) 능욕(凌辱)’이라면 ‘사이버플래싱’은 모르는 사람에 대한‘묻지 마 폭력’에 가깝다. 흉기를 소지한 성범죄자가 온라인을 휘젓고 다니는 셈인데 어린이 청소년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심히 크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정작 처벌이 어려워 걱정스럽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쉽지 않다. 메시지 발신자를 추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벌 수위도 낮아서다.
이렇듯 ‘딥페이크’와 ‘사이버플래싱’이 활개를 치며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대학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전라남도 등 다양한 지역의 학교에서도 피해가 의심되고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심각한 이미지 손상을 입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심각한 공포심을 유발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 8일 발표한 ‘2023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보고서’에 따르면 휴대전화 등을 통해 성희롱을 당하거나 성적 촬영물을 일방적으로 전송받은 피해자는 2018년 251명에서 지난해 500명으로 5년 사이에 2배나 늘어났다.
우연히 SNS 메시지를 열었다가 누군가 보낸 남성의 나체 사진에 놀라거나, 주변 휴대기기의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을 통해 원치 않는 음란물을 전송받는 경우가 많다. 딥페이크’와 ‘사이버플래싱’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지만, 그 위험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딥페이크’와 ‘사이버플래싱’에 대한 위험성과 피해 사례를 알리는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하고, 피해자기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을 하며,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고 개인정보와 이미지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도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사이버 공간은 넘나듦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나 자신 스스로부터 인식 개선이 화급하다.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범죄 예방의 첫 단추이자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편, ‘딥페이크’와 ‘사이버플래싱’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조처는 불법 합성물의 신속한 삭제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탓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선 수사기관이 ‘성 착취물’ 삭제 등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 격인 경찰의 입장은 사실상 미온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에 대한 삭제·차단 요청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자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경찰의) 업무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기 때문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마당에 피해자 보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앞서 2022년 법무부 디지털성범죄전문위원회도 “사건 초기에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수사기관의 삭제·차단 요청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피해자 지원의 신속성이 저해된다”라고 지적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특히 프랑스 경찰은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CEO인 ‘파벨 두로프’를 아동 성 착취물 유포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고, 브라질은 가짜뉴스 삭제에 협조하지 않는 텔레그램 앱을 앱스토어에서 아예 없앴다. 그 어떤 자유도 무한정·무제한의 권리가 아니다.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장받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정부는 ‘성 착취물’에 대한 삭제 요청에 그다지 발 빠르게 즉각 대응하지 못해왔다. 관련 통계를 보면 영상 삭제가 30% 안팎에 그친다고 한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접수된 불법 촬영물 삭제 요청 건수는 총 94만 건이다. 이 중 28.8%인 26만 9,917건이나 아직 삭제되지 않았다. 삭제할 강제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얼굴을 담은 ‘성 착취물’이 지속적으로 버젓이 유포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끔찍한 인격 살인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를 삭제·접속차단 하라고 요구할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만 갖고 있다. ‘성 착취물’을 음란물과 동일시한 낡은 규제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방심위에 삭제 요청만 할 수 있어, 수사 중에 ‘성 착취물’을 발견하더라도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피해 확산을 초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해자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장난처럼 과시하듯, 상대방의 수치심을 유발해 성적 자극을 얻고자 한다.
이런 행위가 더 큰 범죄로 발전하지 않도록 성교육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만 한다. 외신은 최근 한국을 가짜 성 착취물을 생성·유포하는 문제의 진앙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런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라도 전방위적으로 번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발 빠른 방지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국내 청소년도 많이 사용하는 SNS 인스타그램(Instagram)의 모회사인 메타(Meta)는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이미 연결된 사람으로부터만 개인 메시지를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청소년 계정의 알고리즘은 성적인 콘텐츠나 자살 및 자해에 관한 콘텐츠를 추천할 수도 없다.
청소년이 60분 이상 접속하면 앱을 종료하라는 알림이 표시되고, 부모의 감독 권한도 강화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우선 적용하고, 한국에는 내년 1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당연히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인스타그램도 10대 이용자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인이 하루 중 가장 오래 사용하는 SNS인 유튜브(YouTube)는 아직 청소년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만 있다.
정부는 수익만 좇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빅테크 기업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SNS는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추천 알고리즘으로, 사실상 청소년을 중독시키고 있다. 조회 수와 이용 시간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여서다.
성적 내용과 폭력 등 유해 콘텐츠에 오래 노출된 청소년은 우울감은 물론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다고 한다. 유튜브가 자율 규제에 동참하는 게 우선이지만, 정부도 청소년 SNS 보호 방안을 서둘러 정비해야 할 과제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지니고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