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2. 05.
‘저성장 쇼크’ 현실, ‘피크 코리아’ 피할 수출
외날개 의존 경제 구조 개선을
대한민국 경제 성장 엔진이 꺼져가다 이젠 아예 멈춰 섰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4%를 기록했고 2024년엔 간신히 2.0%에 턱걸이했다. 반면 미국 경제는 2024년 연간 2.8%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2023년 2.9% 성장에 이어 2년 연속 3%에 육박하는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보다 16배나 큰 미국에 연이어 경제성장률 역전을 당한 치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성장률이 2년 연속 미국에 뒤처진 건 197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우려와 충격을 키운다. 이제 막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 경제가 완숙 단계에 접어든 미국보다도 성장 정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경제의 양 날개라 할 수 있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진 한국 경제가 3분기 연속 제로 성장의 ‘저성장 쇼크’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서 맞은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에 봉착하면서 한없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1.3%로 ‘깜짝 성장’했다가 2분기 -0.2%로 역성장했고, 3분기에 0.1% 성장에 이어 4분기에도 0.1%의 미미한 성장에 그쳤다.
민간 소비는 1.1% 성장에 그쳤고 건설투자도 -2.7%로 위축됐다. 성장률이 3개 분기 연속으로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외환 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7년 4분기 -0.6%, 1998년 1분기 –6.7%, 2분기 -0.8%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분기 깜짝 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고, 뒤로 갈수록 수출과 내수 여건이 모두 안 좋아지면서 성장세가 시들해진 데다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12·14 탄핵소추 접수, 1·26 대통령 구속기소 정국으로 이어진 일련의 정치적 혼란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경제 주체의 심리적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과거 고도성장기를 거치고 나서 성장이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최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 소비는 0.2% 늘면서 개선세를 보였던 3분기 0.5%와 비교해 증가 폭이 다시 쪼그라들었고, 정부 소비는 0.5% 증가로 전기와 같은 수준이었다.
설비투자는 증가 폭이 전기 대비 6.5%나 감소한 1.6% 성장했고, 건설투자는 3.2% 감소하며 부진을 지속했다.
한편 미국 경제가 탄탄대로(坦坦大路)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활황을 보인 덕분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끄는 혁신 성장과 첨단 제조업 부활을 발판으로 일자리가 늘고 가계 소득이 회복되면서 견조(堅調)한 성장세(成長勢)를 이끈 덕분이다.
엔비디아(NVIDIA),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글로벌 시장 판도를 뒤바꾸는 선도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은 미국 경제의 역동성으로 이어졌다. 이와 달리 한국 경제는 오랜 내수 침체에 계엄·탄핵·구속 충격까지 엎치고 덮쳐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 상황이 잎을 가로막았다.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고 가계는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
이미 올해와 내년까지 1%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하면 성장률 감속은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관세청이 지난 1월 21일 발표한 ‘2025년 1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일 동안 수출은 316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 감소하는 등 새해 들어 수출마저 꺾이면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2%까지 낮췄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20일 발표한 ‘1월 금통위 결정 시 한국은행의 경기 평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치 1.9%에서 두 달 만에 0.2∼0.3%포인트나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1%, 국제통화기금(IMF)의 2.0%, 기획재정부 1.8%보다 훨씬 낮은 전망치다. 글로벌 투자은행 8곳 평균치(1.7%)도 밑돌 수 있다. 수출 외날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 안주한 탓에 대내외 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셈이다.
자칫 성장동력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률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다.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경고음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인 잠재성장률(2.0%)도 지난해 미국(2.1%)에 역전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성장에서 탈출하려면 재정·통화·금융정책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울러 혁신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 체질을 바꾸는 정공법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무능한 정치에 모든 게 막혀‘골든타임(Golden-time)’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작금의 경제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은 한시가 급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3분기와 4분기 연속 0.1%에 그쳤다.
올해는 더 암울하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성장률이 1%대 초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만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는 지난 1월 28∼29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동결하고 향후 금리 인하 폭과 속도 조절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운신 폭까지 좁아졌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언컨대 설 명절 밥상머리 화두 중 하나는 분명 민생이었다. 자영업 위기, 실업률 증가 등 내수 침체 상황이 계속되면서 1997년 외환 위기 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말들이 나온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보편관세 부과로 수출도 걱정되는 상황이 되자 경제를 이야기하려면 의당 한숨으로부터 시작된다. 특히 잠재성장률(2.0%)과 실질성장률(1.6~1.7%)의 간극(間隙)이 커지는 것이 문제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소비자나 기업이 가진 능력보다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요보다 공급이 커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의 우려를 낳는다. 소비 감소로 재고가 쌓인 기업은 생산을 줄이고, 이는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 실업률 증가는 소비를 줄어들게 만들고, 기업의 재고는 점점 쌓이면서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지출을 늘려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틈을 좁혀야만 한다. 경제는 심리이고 정책은 타이밍이라 했다.
작금의 경제 위기는 촌각을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이 아닐 수 없다. 같은 규모의 추경을 해도 늦어질수록 효과는 반감되는 만큼 여당도 전향적(轉向的)인 자세를 취해야만 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예산 조기(신속) 집행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작년 삭감 예산안 단독 처리부터 사과하라”라는 건 어깃장으로 비칠 뿐이다. 야당도 말에만 그치지 말고 약자에 대해 두텁고 담대한 지원에 힘을 싣기 바라고 원하는 바다.
이렇듯 추경이 당장 목전의 급박(急迫)한 경기 회복을 위해 화급(火急)한 사안이라면, 연금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급(時急)한 사안이다.
두 가지 안건을 주저하거나 망설임 없이 즉각 여(與)·야(野)·정(政) 국정협의회부터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국정협의회 핵심 안건으로 상정하여 지체하지 말고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연금개혁 지연으로 연금 부채는 매일 885억 원씩이나 불어난다.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할 때부터 “덜 내고 더 받게” 설계되어서 이제 2056년이 되면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2057년부터는 가입자 소득에서 28%를 보험료로 내야만 하고 2075년부터는 현재 9%를 내는 데 비해 36%를 내야만 한다. 현재 “은퇴 후 받는 돈” 즉 소득대체율은 40%로 똑같은데도 4배를 더 내야 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된다. 개혁을 미룰수록 천문학적 비용을 미래세대가 떠안게 된다는 뜻이다.
21대 국회 막판에 여야는 보험료율(내는 돈)은 9%에서 13%로 올리자고 합의를 했지만, 소득대체율(받는 돈) 1%포인트 차이를 두고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했을 뿐이다. 한 발만 더 나가면 된다.
여당은 구조개혁(연금제도 전반 재설계)까지 같이 하자는데 그러면 또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 될 수밖에 없다. 공전 중인 여(與)·야(野)·정(政) 국정협의회를 하루빨리 정상 가동해 여야가 조금씩 양보한 결실과 성과를 부디 서둘러 내놓기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