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2. 12.
경력직 채용 증가에 청년 고용률 급락,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시급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실제로 기업들이 현장에서 즉시 필요한 경력직 채용을 늘리면서 20대 청년층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확대가 20대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4일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제하의 보고서(한은 조사국 채민석 과장과 장수정 조사역 작성)에 따르면, 비(非)경력자의 상용직 취업 확률은 1.4%로 경력자(2.7%)의 절반에 그쳤다.
취업 확률은 실업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 중 한 달 이내에 상용직에 취업한 비율로 20대 청년들이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이다.
임시·일용직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는 상용직에 취업한 비중(상용직 고용률)을 보면, 30대는 꾸준히 증가해 온 데 반해서 20대의 경우 그 비중이 크게 늘지 않고 있어서다.
그 결과 20대와 30대 간의 상용직 고용률 격차는 2010년 8.8%포인트에서 2023년 19.1%포인트로 2배 이상 증가하였는데, 이는 20대 청년층이 겪고 있는 구직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10월 2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가 전국 4년제 대학생과 졸업생 2,9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도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 재학생과 졸업자(유예·예정 포함) 1,235명 중 60.5%(748명)가 소극적 구직 상태였다. 소극적 구직의 형태로는 ‘형식만 갖춘 의례적 구직’이 30.9%로 나타났다.
이어 ‘구직 활동을 거의 안 함’(23.8%), ‘쉬고 있음’(5.8%) 순이었다. 적극적으로 구직한다는 응답은 23.4%, 대학원 진학이나 공무원 시험, 전문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16.1%였다.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역량,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6.7%로 가장 많았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경력직 선호 등 신입 채용 기회 감소(27.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원하는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23.3%)’ ‘실무 경험 기회 확보의 어려움(15.9%)’ ‘교육비, 생활비 등 취업 준비 비용 부담 증가(13.3%)’가 뒤를 이었다.
사회 초(初)년생이 취업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의 미래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안인 만큼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책무이다. 무엇보다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높은 임금과 복지가 보장되는 대기업·정규직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고용 불안도 있는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뜯어고쳐야 해소될 일이다.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중소기업을 찾도록 하려면 대·중소업체 간 급여나 근무 여건의 극단적 양극화 차이를 좁히는 것이 첩경이자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경력직 채용의 증가로 청년들의 취업기회가 제약되는 상황이 지속할 경우,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고용률이 더욱 낮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졸업 후 취업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한 청년들은 직업훈련 등 취업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서는 졸업 후 미취업 청년 중 24.7%가 특별한 활동 없이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20대 인구 중 ‘쉬었음’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중 6%를 넘어선 이후 최근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경력직 채용 증가 등에 따른 취업기회 제약이 상당 기간 지속한 데 일부 기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도 교육·훈련이나 산학협력 확대 외에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를 제시했다. 어떤 일자리에서 출발하느냐가 평생 소득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현상이 고착화하면 노동시장의 무게중심이 당연히 대기업에 쏠리게 되고, 그 여파로 청년 취업 자체가 늦어지고 구직 단념도 많아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비중(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고용정보원)은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로 많이 증가했다.
반면 기업들의 정기공채 비중은 2019년 39.9%에서 2023년 35.8%로 줄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 증가로 20대 상용직 고용률은 44%에서 34%로 10%포인트나 떨어졌다. 사회초년생의 생애 총취업 기간은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이 줄면서 평생 소득 역시 13.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주거비용과 생활물가를 감안하면 이러한 현상들은 취업 후에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평생 소득이 적으니 청년층의 사회적 박탈감은 커지고,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아무리 외쳐봐야 성과 내기가 어렵다.
생산성을 올려야만 하는 기업의 입장으로는 경력직 채용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사회초년생을 받지 않는다면 어떠한 사람도 경력을 쌓을 수조차 없다. 비(非)경력자의 구직 노력이 30% 낮아질 경우, 20대 청년 고용률은 현재보다 5.4%포인트 더 낮아지고 30대와의 고용률 격차는 1.1%포인트 더 커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제도 개선, 중소기업의 교육·훈련 프로그램 확충 지원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순간 해당 직원에 대한 해고 비용 등이 급증하기 때문에 기업이 전환을 꺼리게 되므로, 정규직-비정규직 간 해고 비용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정규직 전환 사례가 더 빈번해지면, 기업도 장기적 관점을 갖고 비정규직 직원들의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 유인이 커지면서 정규직 전환이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정부가 교육·훈련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해당 근로자들이 인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함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작금의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당연히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불안하기 이를 데 없는 정국이지만 불확실성을 없애는데 국가 역량을 총 집주(集注)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구조개혁 추진도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준엄한 명령이자 엄중한 책무임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 다음으로 구조개혁만이 위기의 국가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주 52시간으로 요약되는 획일적, 경직적 노동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은 물론‘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해소와 함께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 개혁’이 화급하다. 무엇보다도 규제 개혁을 서두르고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이 번성하는 나라로 탈바꿈해야만 한다.
특히 기업이 다시 역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규제 족쇄를 제거하고 세제·예산·금융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피크 코리아’ 위기를 서둘러 극복해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