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2. 26.


올해 성장률 1.0%까지 추락 위기,

정치불안 해소하고 경제살리기 총력을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12·14 탄핵소추 접수, 1·26 대통령 구속기소 정국으로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에 따른 국정 마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수 부진에 이어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면서 대한민국 경제지표 대부분이 적색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 쇼크가 겹치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0%로 떨어질 거란 해외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 등의 전망치보다 낮은 건 물론이고, 가장 박한 해외 투자은행(IB)의 평가보다 암울한 전망치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물리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이 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축이자 ‘수출 효자’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서 자동차·반도체 등으로 확대하는 ‘관세 충격’을 송두리째 고스란히 맞는다면 성장률 1.0%마저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성장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1%포인트 대폭 인하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영국 경제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CE │ Capital Economics)는 지난 2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2일 ‘202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한 전망치 1.8%는 물론 한국은행이 지난 1월 20일 블로그에서 밝힌 전망치 1.6∼1.7%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월 11일 ‘2025년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 1.6%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가장 낮게 내다본 JP모건의 전망치 1.2%보다도 밑도는 참담한 수치다.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4일 2.1%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월 17일 2.0%로,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지난 1월 23일 1.5%로, 씨티(Citi Group)는 1.4%로 전망했다.

이번 CE의 전망치 1.0%는 국제금융센터가 글로벌 IB 8곳의 성장 전망치를 취합한 평균치 1.6%보다도 크게 밑도는 수치다. CE는 한국의 국내 정치 불안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했다. 작년 1.4%에 이어 올해도 1% 정도의 성장이 이뤄진다면 한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본격적인 하락기에 진입한다는 이른바 ‘피크 아웃(Peak out │ 정점 통과)’이 현실화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1일 발표한 ‘2025년 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 결과에 따르면 2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 │ Composite Business Sentiment Index)’는 전 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85.3을 기록했다.

코로나 위기가 있었던 2020년 9월(83.4)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넉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기업심리지수(CBSI)’는 지난해 11월(91.8)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 12월엔 87.3으로 급락했고, 이번 달까지도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했다.

CBSI는 경제 전반에 대한 국내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로 장기(2003~2004년) 평균인 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이라 인식하는 기업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건설업이 부동산 경기 둔화 때문에 신규 수주가 감소하면서 매출 채산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기가 가라앉고 경제지표도 저성장을 가리키고 실물 경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5일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1,48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대비 15.2% 증가한 수준이다. 전국의 준공 후‘악성 미분양’ 주택이 2만 가구를 넘어서며 1년 새 두 배가량 치솟은 것은 2014년 7월(2만 428가구)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대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3년 연속 마이너스, 역대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을 모두 더하면 11.4%였다. 실질임금 증가율은 마이너스다.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소매판매와 소비심리는 아예 얼어붙었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소비가 꺾이게 되고 이는 생산과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월 100만 원도 못 버는 자영업자가 922만 명으로 전체의 75.7%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300만 명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문을 닫는 소상공인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5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6.0% 증가했다. 이달 20일까지 조업일수는 15.5일로 작년 같은 기간(13.0일)보다 2.5일 많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은 22억 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 감소하면서 내수, 수출 양쪽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월급 빼곤 모두 오른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부담에 빚으로 빚을 막으며 연명하는 것도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저출생·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로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로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성장률 0%대’ 시대가 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1%의 성장률도 위협하는 관세전쟁에서 한국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각국 국가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대(對)미국 투자,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을 제안하며 관세 예외 인정을 요청하는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는 전화 통화도 못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박종원 통상차관보가 지난 2월 17일(현지 시각)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백악관,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정부 관계자와 의회 및 싱크탱크 전문가를 면담하고 미국 측에 상호관세 등 관세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될 것을 요청하는 한편, 반도체법 보조금 등 대(對)미국 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우리 입장을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에 전달했지만, 미국 측 반응은 신통찮아 보인다. 급해진 기업들은 지난 2월 19~20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재로 2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사절단을 꾸려 직접 미국 측 설득에 나섰을 뿐이다.

이런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직면하면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 서 있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비상한 위기상황인데도 지난 2월 20일 처음 열린 여(與)·야(野)·정(政)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추가경정예산안, 국민연금 개혁, 반도체특별법 등 핵심 쟁점들의 합의를 도출(導出)해 내지 못했다. 여(與)·야(野)는 이 자리에서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으나 추경 방향과 내용에서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작금의 위기는 당리당략에 끌려 줄다리기나 할 여유롭고 한가한 상황이 결코 아니다. 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 진운(進運)의 명운(命運)을 걸어야만 한다. 여(與)·야(野) 정치권은 성장률 추락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소모적 무한 정쟁을 멈춰야만 한다.

국회가 성장률 제고를 뒷받침하는 첩경(捷徑)은 무엇보다도 경제 활성화 입법을 서두르고 추가경정예산을 실기하지 않고 적기에 편성하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지만 정책은 타이밍이라는 단순한 금언을 새겨들어야만 한다. 여(與)·야(野)가 정략적 행보와 정치 셈법에 빠져 여(與)·야(野)·정(政) 국정협의회의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골든타임(Golden-time)’만 속절없이 흘러갈 뿐이다.

추락하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조속히 정치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법안들을 처리하는 한편 노동·연금 등의 구조 개혁과 규제 혁파, 초격차 기술 개발, 고급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출구가 안 보이는 길고 긴 저성장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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