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3. 12.
심상찮은 집값 상승에 가계 대출 급증,
정교한 투기 수요 억제대책 서둘러야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심상찮게 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월 12일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GBC │ Global Business Complex)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고 있는 데다 아파트값 상승 폭이 커지면서 비강남 지역으로 매수세가 번지고 있다. 게다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주요 지역도 꿈틀거리고 있다.
연초 지지부진하던 매매가 살아나고, 가격이 치솟는 모양새다. 지난 2월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3.00%→2.75%)와 맞물려 집값 상승세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월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주 전보다 0.11% 올라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도 전주(0.06%) 대비 2배 가까이 커졌다.
변동률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1월 마지막 주만 해도 보합권(0.00%)이었으나 2월 첫째 주 0.02%로 상승 전환했으며 2월 둘째 주 0.02%를 유지했으며 2월 셋째 주 0.06%, 2월 넷째 주 0.11%로 올랐다.
무엇보다도 토지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송파구와 강남구 등의 오름폭이 두드러졌고, 비강남권으로도 상승세가 옮겨붙고 있다. 2월 서울 아파트 거래신고는 총 2,537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2월 계약분의 거래신고 기한은 오는 3월 30일까지로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벌써 지난 1월 신고분 3,295건의 77%까지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로·강북·강동·양천구 등 4곳은 현재까지 신고된 2월 계약 물량이 이미 지난 1월 거래량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신고된 2월 거래 건수로는 강동구(189건)가 가장 많았고, 이어 노원구(185건), 성동구(169건), 강남구(154건), 송파구(148건), 영등포구(136건), 성북구(133건) 등의 순이었다.
집값 선행지표로 불리는 경매시장에서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3월 2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7.4%로 지난 1월(96.5%)보다 0.9%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들어선 서울 경매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130㎡는 감정가(30억 5000만 원)의 102%인 31억여 원(16층)에 매각됐다.
이렇듯 집값이 들썩거리면서 가계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 대출은 전달보다 약 5조 원이나 늘어났다. 2021년 2월(9조 7,000억 원) 이후 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 금리 인하와 함께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대상 지역인 서울 강남 4구의 2월 넷째 주 주간 집값 상승 폭은 0.36%로 지난해 8월 넷째 주(0.37%) 이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동시에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길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에 나서야만 한다는 이유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정부는 금융사들이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가계 대출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분간 아파트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대체적인 관측으로 꼽힌다. 2027년까지 이어질 ‘공급절벽’이 대표적 요인이다. 2022년부터 착공이 줄어든 여파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착공에서 입주까지는 3년 정도 걸려 지금 당장 착공을 늘려도 2027년까지는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6만 9,642세대로 올해 11만 3,465세대 대비 40%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수도권 입주 물량이 10만 세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2015년(9만 2,640세대) 이후 10년 만이다.
과거 경험치에 의하면 부동산 시장 과열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라는 불안 심리 확산은 가계부채 증가를 불렀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정교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오는 3월 5일 기획재정부 김범석 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 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영향을 살피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를 이용한 ‘갭(Gap │ 전세를 낀 주택 구입) 투자’ 방지 등 대출 규제 대책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이하게 대응하다가는 부지불식간에 ‘미친 집값’으로 급격히 타오를 수 있는 만큼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치밀하고 정교한 대책 강구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 철저한 모니터링으로 선제적으로 불씨를 잡아내야만 한다.
집값 상승을 막을 단기적인 대책과 함께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 검토를 병행하는 것은 의당 필수다.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 주택담보대출 위험 가중치 상향 등 가계부채 관리 방안도 검토대상일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