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5. 08.


아동·청소년 노리는 디지털 성범죄 급증, 발본색원 뿌리 뽑아야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평균 연령은 14.0세,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4월 30일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비중은 2019년 8.3%에서 2023년 24.0%로 불과 4년 새 무려 2.89배가 넘게 급증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자 평균 징역 형량도 2019년 24.5개월에서 2023년 42.5개월로 1.73배 넘게 점차 무거워지는 경향이지만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발본색원(拔本塞源) 뿌리째 뽑아버릴 근본적인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

여성가족부가 2023년도에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가해자의 판결문(3,452건)을 기초로 범죄 양상과 특성, 피해자 관련 사항, 선고 결과 등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신상정보가 등록되고, 판결문 입수가 가능했던 분석 대상 가해자는 3,452명이고 피해자는 4,661명이다.

가해자 기준 범죄 유형은 강제추행(32.7%), 강간(24.3%), 아동‧청소년 성착취물(17.5%), 성매수(6.1%) 등의 순으로 많았으며, 성착취 목적 대화·유인(온라인 그루밍)은 10명(0.3%)이 있었다.

지난 5년(2019∼2023년)간 성폭력 범죄 비중은 감소(2019년 75.9%→2023년 62.7% │ -13.2%포인트↓) 및 성매매 범죄 비중은 감소(2019년 11.3%→2023년 9.2% │ -2.1%포인트↓)하는 반면, 디지털 성범죄 비중은 뚜렷한 증가세(2019년 8.3%→2021년 21.7%→2023년 24.0% │ 2019년 대비 15.7%포인트↑)를 나타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19세 미만 미성년인 가해자는 11.7%이며, 전체 가해자의 13.5%가 동종전과를 가진 재범자였고 피해 아동·청소년의 성별은 여성이 91.3%, 피해자 평균 연령은 14.0세이며, 피해자의 24.3%가 13세 미만이었다.

지속해서 증가추세에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 양상을 살펴보면, 피해 이미지 형태는 동영상 46.2%, 사진 43.9%, 복제물 등 3.7%, 미상 6.2%로 나타났다. 피해 아동·청소년의 성적 이미지 제작 방법 중 가해자가 촬영·제작하는 방식은 47.6%, 유인·협박 등에 의한 피해자의 자기 촬영·제작 방식은 49.8%로, 2019년 피해자 자기 촬영·제작 비율 19.1%와 큰 차이가 있다. 경로는 채팅 앱(42.2%)과 SNS(38.7%) 등 온라인이 대부분이었다.

디지털 성범죄의 평균 징역 형량은 2019년 24.5개월에서 2023년 42.5개월로 1년 6개월이나 늘어 처벌을 강화하는 양상이 뚜렷해 졌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증가를 막지는 못했다.

한편, 인공지능(AI)은 우리 삶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부작용의 폐해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부작용은 단연 ‘딥페이크(Deepfake │ 불법 합성물)’다. ‘딥페이크(Deepfake)’는 AI 심층학습을 뜻하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AI 기술을 악용해 사람의 얼굴 등 이미지를 합성·편집해 실제처럼 보이도록 조작한 허위 사진·영상 편집물이다. ‘챗 GPT’ 열풍과 함께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의 얼굴을 합성해 조작하는 ‘검은 손(魔手)’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의 지원을 받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사상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피해 사례는 1년 새 3배나 급속히 폭증했고, 피해영상물 삭제지원 건수 역시 처음으로 30만 건을 넘어섰으며, 합성·편집 피해 227.2% 폭증했고 10대·20대가 피해자의 92.6%에 이르며, 여성 피해자는 96.6%로 압도적이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지난 4월 10일 발간한 ‘2024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디성센터’에서 상담, 삭제지원, 수사·법률·의료 지원연계 등의 지원을 받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1만 305명으로 전년 8,983명 대비 1,322명(14.7%) 늘었다.

피해자가 1만 명을 넘긴 건 센터가 출범한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피해자 성별로는 여성이 7,428명(72.1%)이고 남성은 2,877명(27.9%)이며, 연령대별로는 10대(2,863명 27.8%)와 20대(5,242 50.9%)가 8,105명으로 무려 78.7%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 유형별로는 2024년 딥페이크 기술 등을 활용한 합성·편집 피해 건수가 무려 1,384건이 접수돼 2023년 423건 대비 227.2%나 급속히 증가했다. 전체 피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에서 8.2%로 폭증했다. ‘디성센터’가 지난해 8월 ‘딥페이크 성범죄 전담 대응팀’을 구성해 피해지원과 수사 의뢰에 적극적으로 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피해자는 여성이 96.6%로 압도적으로 많아 주로 여성의 얼굴·신체가 딥페이크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 발전 때문에 실사와 구분할 수 없게 된 딥페이크 영상은 가짜뉴스뿐 아니라 성범죄에 광범위하게 악용된다. 엄중한 단속과 처벌, 적극적 예방교육 강화, 세밀한 피해자 지원 등 더 포괄적이고 강도 높은 범국가 전략적 종합대책이 강력히 요구된다.

법원은 지난 4월 11일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 영상물 1,275개를 유포한 ‘지인 능욕방’ 운영자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019년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성적 딥페이크도 디지털 성범죄에 포함됐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여성연구 2025년 1호’에 실린‘딥페이크 성범죄 실태’ 논문에 따르면 2020년 6월 25일부터 지난해 10월 15일까지 전국 법원 1심 판결문 152건을 검토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7.17%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집행유예는 75명(47.17%)이다. 실형은 68명(42.77%)이었으며 벌금형은 11명(6.92%)으로 최소 300만 원부터 최대 1,000만 원이다. 기타(무죄, 선고 유예)의 경우, 5명(3.14%)으로 조사됐다. 이런 점을 봐도 법원의 역할도 학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오프라인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고, 피해 영상물이 유포되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사전 예방과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성범죄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수사 역량 강화를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 당위(當爲)이자 이유(理由)다. 갈수록 진화하는 새로운 범죄 양상에 맞춰 보완 입법도 지속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경찰은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고, 수사 역량을 키워 선제·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수사 인력을 양성하고, 디지털 증거 분석 기술과 수사 역량도 한층 강화·전문화하고 업그레이드해야만 한다. 디지털 그림자 속에 숨어 어린 영혼을 갉아먹는 ‘검은 손(魔手)’은 우리 사회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홀대받고 찬밥 신세로 전락한 아픔과 설움을 딛고 비상하고 웅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25년도 1차 추경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 삭제지원시스템 고도화에 필요한 예산 10억 9천만 원 편성에 만족할 게 아니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2차 추경을 착실히 미리 준비하고, 디지털 성범죄예방교육 플랫폼 ‘디클(Dicle │ 디지털 세상을 클린하게)’ 운영과 성 착취 피해 관련 상담을 원하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상담 채널 ‘디포유스(d4youth)’ 운영에도 박차를 가하여 전문인력을 더 확충하고 전문화·고도화하여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길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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