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10. 02.


한국발사믹식초협회, 정일윤 협회장

버려진 농산물에서 세계 발효 산업의 길을 찾다!

(시사프리신문=김영국 기자) 한국 농촌 현장에 ‘발효산업’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농산물을 재배해 출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발효와 가공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 농가 소득 증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2019년 창립된 ‘한국발사믹식초협회’가 그 중심에 서있다.

국내 식초산업의 현실과 협회의 탄생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식초 시장에서 발사믹식초는 35% 이상을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오뚜기 등 대기업이 90% 이상을 점유한 조미식초 위주 구조 속에서, 농가형 식초는 건강 음료로 한정되며 소규모 판매에 머물러 왔다. 실제로 국내 550여 개 식초 제조업체 중 10인 이상 고용한 기업은 11곳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성이 짙다.

더 큰 문제는 우수 농산물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매실·유자·감·무화과·포도·오디·쌀 등이 가격 불안정과 낮은 상품성 탓에 매년 버려지고 있다.

협회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버려지는 농산물에 발효와 숙성을 입히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출범한 것이다. 현재 협회에는 전국 60여 개 농가형 식초제조업체와 연구·가공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며 국내 최대 식초 전문 단체로 성장했다.

정일윤 협회장은 “농민의 땀이 헛되지 않도록, 낭비되는 자원을 세계적 발효문화로 승화시키는 것이 협회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이 풍부한 고창군과 손잡은 ‘식초문화도시’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 중에 있다. 협회는 출범 직후 고창군과 손잡고 식초산업의 미래를 지역 발전 전략과 결합했다. 김치, 장류, 술, 젓갈과 함께 5대 발효식품으로 꼽히는 식초가 유독 대표 도시를 갖지 못한 점에 착안해, 고창을 ‘식초문화도시’로 키우자는 제안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창 관내 18개 농가형 식초업체가 육성되고, 발효문화아카데미가 설립되었으며, 뉴욕에서 ‘고창발사믹데이’가 열려 해외 수출의 물꼬도 텄다. 복분자산업특구가 ‘복분자·식초산업특구’로 확대 승인되고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서 제도적 기반도 갖추게 됐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지자체장의 교체로 정책 연속성이 흔들리며 사업이 위기에 놓였다. 4년 동안 쌓아온 기반이 행정의 무관심 속에 후퇴하는 상황은 협회와 지역 농민들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행정 지원 끊겨도 멈추지 않은 아카데미가 한몫하고 있다. 행정적 뒷받침이 약화되었음에도 협회는 발효문화아카데미 운영을 멈추지 않았다. 2020년 4개 과정, 60여 명으로 시작한 아카데미는 해마다 성장해 2025년에는 9개 과정, 160명 이상이 전국 각지에서 참여하는 규모로 확대됐다.

참여자의 배경도 다양하다. 초창기에는 농민과 농가 가공 종사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청년 창업자, 요리사, 호텔·외식업 관계자, 브랜드 전문가까지 합류하며 발효를 매개로 한 융합 학습장으로 자리잡았다.

정 협회장은 “지원이 끊겨도 아카데미는 멈출 수 없었다”며 “전국에서 모여드는 수강생들이 발효가 농촌의 미래를 바꿀 힘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상품화 성과와 농가 소득 증대에더 이바지 하고 있다. 협회는 교육에 그치지 않고 연구와 상품화 성과도 이어갔다.

극동대학교 발효연구소와 협력해 ▲한국형 발사믹식초 표준화 연구 ▲인증제도 도입 ▲발효기술 개발과 제품 다변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액상형 발사믹뿐 아니라 펄(캐비어 형태), 블록(고체형), 젤리, 음용 코디얼 등 다양한 응용제품이 개발됐다.

이는 농가 소득 증대를 견인할 뿐 아니라, 해외 발사믹과의 경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준호 협회 사무총장은 “농민들이 키운 과일이 단순히 생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프리미엄 식초로 변신하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발사믹식초를 도입한 일부 농가는 기존 소득의 50% 이상을 추가로 얻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발효산업은 단순 가공이 아니라 시간이 만드는 가치이며, 청년층 귀농·창업의 새로운 통로로도 작동하고 있다.

세계를 향한 발효산업의 도전도 처명했다. 한국발사믹식초협회의 비전은 분명하다. 발사믹식초를 넘어 한국의 장류, 식초, 술, 발효음료를 아우르는 글로벌 발효 플랫폼을 구축해 농촌을 단순한 생산지를 넘어 세계 식문화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 협회장은 “발효는 농민의 땀을 지켜내고 농촌의 미래를 바꾸는 대안”이라며 “한국형 발효 문화를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발사믹식초협회의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미 이들의 성과는 발효가 농업을 살리고, 농촌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