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11. 19.
정동영 통일부 장관, 성북구서 정책 강연
“남북교류, 작은 인적교류부터… 평화가 통일의 출발점”
500여 명 참석… 민주평통·통합방위협의회 공동 주최
(시사프리신문=정진만 기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성북구협의회와 성북구 통합방위협의회는 지난 11월 17일 오후 성북구청 지하 1층 다목적홀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초청 정책 강연회를 열었다.
행사장에는 지역 종교계, 사회단체, 주민 등 5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보여 성황을 이뤘다.
강연에 앞서 나기선 민주평통 성북구협의회장과 김남근 국회의원, 임태근 성북구의회 의장이 차례로 축사를 전했고, 이승로 성북구청장(통합방위협의회 의장)은 “성북구가 평화와 번영의 길을 함께 모색하겠다”며 환영사를 건넸다.
정 장관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국제 정세와 남북관계의 흐름, 교류 재개의 필요성을 폭넓게 짚었다. 그는 먼저 최근 APEC 정상회의에서 드러난 국제 안보 환경을 언급하며 핵잠수함·미사일·인공위성 등 첨단 전략 기술 경쟁이 국가 안보의 중심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익과 신념, 철학을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번 정부가 그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월 3일 독일 통일 기념행사 방문 경험을 들려주며 “독일은 한국의 발전 속도를 부러워한다. 독일 통일의 동력도 작은 인적교류에서 시작됐고, 정권이 바뀌어도 그 기조가 흔들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관계도 큰 사업보다 작은 교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소통과 접점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북·미 관계와 국제 정세도 짚었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15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북한과의 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한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며, 오는 2026년 4월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 변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트럼프가 북·미 대화를 재개하려 한다면, 미·중 정상회담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반도 화해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의 성장 경로에 대해서는 “식민지·전쟁·독재를 넘어 민주화를 이루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강조하며, “북한은 아직 1차 산업 중심이지만 우리는 이미 AI 기반 4차 산업혁명 국가로 도약했다. 분단이 해소된다면 대한민국은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평화공존, 북한 체제 존중, 비적대 원칙이 핵심이며 흡수통일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은 “역사적 성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남북 협력의 여러 연결고리가 끊어진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이전에는 러시아와 관계가 좋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악화됐다”며 “최근 북한 최선희 외무상의 중국 방문 등을 통해 북·중이 실질적 협력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상대방 체제 존중), 제2조(내정 불간섭), 제3조(비방 중지)를 직접 소개하며 “이 합의서는 남북관계의 ‘헌법’과 같은 문서”라고 말했다.
또한 김영삼 정부의 1994년 8·15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에서 발표된 ‘한민족공통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 방안’,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의 의미를 다시 짚으며 “동족끼리 화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다. 남북 간 평등·박애·평화 정신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말미에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지방정부가 앞장서는 작은 교류, 인적교류, 공동행사 하나하나가 남북관계 회복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통일은 여·야, 진보·보수의 진영논리를 넘어선 평화의 과제”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행사장을 가득 채운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고, 주요 인사들과의 단체 사진이 이어지며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